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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비행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휙 지나가버려서 기억도 되새길겸 글을 적기로..
지난 일요일 초여름의 뙤악볕 아래에서 헉헉대며 지상 연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보며 허공에 만세를 하고 있는 날 보며 참 어지간히 날고 싶은가보다 하는 생각에 회사 스케줄을 조절하고 팀장님께 전화를 걸어 화요일 교육을 신청하고 아침일찍 정광산 교육장으로.. 간만에 정시에 도착하고 팀장님께 오늘의 교육 브리핑.
팀장님 왈 '에~ 오늘은 지상교육 조금 하고 솔로비행할겁니다.'
솔로라는 말을 듣는 순간 쿠쿵.. 솔로 비행.. 솔로.. 솔로..
팀장님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혹시 첫날 30분 늦어서 솔로를...
그래서 이왕 하는거 지상연습-이륙연습인줄 알았습니다. -을 열심히 해야지 했는데..
헉 교육장 바로 옆에 있는 시뮬레이터 좌석에 앉으라고..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요량으로 귀쫑끗하고 열심히 하는데 몸따로 마음따로
바둥바둥.. 그 사이 선배님들 등장하셔서 서로 인사들 나누시고
하네스에 앉아 바둥거리는 녀석을 발견하곤 인사를 건네주시고..
사실 긴장이 되서 이름이랑 얼굴이 아직도 연결이 잘 안됩니다. ㅎㅎ
신참 잘하나 주시.. 흠. 의식하고 열심히 하면 할수록 역시 그네에서 바둥거리는 모습..
그나마도 오늘 함께 솔로비행을 하실 분 도착해서 시뮬레이터를 내어드리고 의자에 앉아
만세 견제를 수없이 하며 속으로
' 음. 그럼 시뮬레이터 연습을 하고.. 이륙 연습을 하고 뛰나보군'하는데
팀장님 왈 '자 조금있다 차가 올라갈꺼니까 장비 챙깁시다. 무전기 잘들리게 가슴에 차시고 준비하세요'
'헉 팀장님, 제가 지상연습이 그리 시원찮았습니까?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건지..
미운털이 박힌겐지 고민하는사이.. 트럭은 도착하고 장비를 싣고 이륙장으로 이륙장으로..
긴장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고..
애써 웃음을 짓지만 흑흑..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 노래 가사가 딱이더군요.
오늘 솔로 비행을 함께 한다는 박미경님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눌 틈도 없이 휙 날아가시더군요. 이륙장이 좁아 숨을 곳도 없고 도살장 끌려가는 뭐마냥 주섬주섬..
여자친구에겐 여유롭게 손도 흔들어 보였지만..
무전기 테스트를 하고
컨트롤레버를 손에쥐고 라이저 뭉치가 팔목에 올려지는 순간..
머리속이 갑자기 하얗게.. 마치 컴퓨터가 포맷되듯이..
날개가 머리위로 만들어지고-사실 못봤습니다. - 양 어깨에 가득히 느껴지는 날개를 느끼며 뛰어라는 구령에 서너발작 뛰었을까..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고 두둥실..
떳습니다.
그렇게 날고 싶었던 하늘에 드디어 혼자 날고-정확히는 몸만 날고 있던것이지만-있는겁니다. 무전기를 통해 '이제 조종간 놓고 편히 앉으세요' 소리가 들리고 시뮬레이터 하네스에서 한 것처럼 착석..
한숨 돌리기도 전에 쉼없이 오른쪽으로.. 만세.. 견제.. 만세.. 만세. 만세. 왼쪽..견제 만세..
생각했던것보다 가벼운 컨트롤레버의 느낌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주변 광경의 여유로움과 머리사이를 흘러나가는 바람의 한가로움은 느낄 수 없었지만..
하늘에 두둥실 떠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기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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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장이 가까워지자 이제는 팀장님의 목소리 대신 관제하시는 분의 콜..
그대로 그대로.. 오른쪽 조금더 더더더 유지유지.. 왼쪽으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아마 태어나서 그렇게 말을 잘 들은 적은 처음일겝니다.
점점 가까워지는 착륙장.. 공중에서보다 더 빠른 간격으로 들어오는 무전소리를
따라가느라 이미 주위 광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차렷... 하는 구령과 함께 땅에 발이 닿았습니다. ㅎㅎ
무전기를 통해 팀장님의
'처녀비행 축하합니다. 무전을 듣고 날개를 정리하면서 함께 아직도 하늘에서 쿵쾅거리고 있는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엊그제 탠덤으로 얹혀내려오고 지상에서 4번 날개를 하늘로 띄워 본것이 전부인데
아침에 집에서 출발할때에도 설마 오늘 절벽에서 뛰어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처녀비행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물가에 내어놓은 자식마냥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주신 팀장님과 따스한-애처러운-눈길로 관심있게 지켜봐주신 선배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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