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적어보는 비행일지
바쁘기도 했지만 나 혼자만 각골난망하고 널리 알리고 싶지는 않은 비행이라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그만....-..-;;;

바람이 측풍으로 불어와서 그랬다 위안을 삼으려해도 민망하기 짝이 없는
이륙 실패를 두 번이나 경험하고 세 번째 역시 겨우 실패만 면한 이륙이라
비행과 착륙은 기억에 남아있지도 않고 온통 이륙만 생생하기에 이륙만 기록합니다.


그 스물 일곱 번째 이륙

바람이 옆에서 붑니다. 남풍입니다. 좀 센것도 같고....
아마도 남풍으로 이륙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좀더 신중하고 긴장했어야 했는데 바람을 너무 우습게 봤나봅니다.

이륙 실패.
달리기가 안됐답니다. 제 딴에는 뛴다고 뛴건데 왜 달려나가지 못했을까요?
힘이 없어 그랬나 생각했습니다.


그 스물 여덟 번째 이륙

좀전의 실패는 또 까맣게 잊고 이륙 준비.
뭐가 문제였는지 한 번 더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봤어야 하는건데...
달려나가다가 이륙도 못하고 이륙장 오른쪽으로 곤두박질을 치고 말았습니다.

지금껏 비행을 하면서 가장 심하게 이륙 실패를 했네요.
찢어진 하네스와 함께 가슴도 무너지고...T.T


그 스물 아홉 번째 이륙

오늘은 이제 그만 할까도 생각했는데 이대로 집에 가면 '두려움'이 자라날 것 같아
겁이 나지만 다시 이륙장으로 향합니다.
이번엔 윤교관님도 도와 주십니다.

또 어찌어찌 달린다고 뛰어나갔는데 날개가 떠오르는 느낌이 별로 없습니다.
실패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차렷'하라는 팀장님의 무전.
그런데 이미 너무 많이 달려나와서 이대로 '차렷'하면 또 나무에 걸릴 것 같습니다.

포기하기엔 늦은 것 같고, 오늘의 마지막 비행이 될 것 같은데 실패로 마무리 하긴 싫고..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양평에서의 두번 째 비행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기에 그냥 그대로 나갑니다.
작은 나뭇 가지들이 제 몸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좀 겁도 납니다.

하늘이 도우셨는지 천만 다행으로 겨우 기체가 떠오르긴 했습니다.

착륙을 하고 보니 제가 무모한 도전을 했네요.
만일 나뭇가지에 산줄이라도 걸렸더라면 어찌되었을까요?
더 큰 사고를 불러올 뻔 했는데...
제가 운이 좋은 여자이긴 한가 봅니다.


한 번도 제대로 된게 없는 세 번의 이륙실패였습니다.
바람은 핑계에 불과하고 원인은 딱 하나 어깨를 숙여 자세를 만들지 못한 것이지요.
어깨가 숙여지지 않았는데 앞으로 달려나갈 수가 있나요.
게다가 힘도 별로 없으면서....

아마도 그동안 마음 자세가 많이 흐트러졌었나 봅니다.
제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고 마음을 다 잡는 쓰디 쓴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