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에도 바람이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오전 이륙장에 올라와 보니 동풍이 불어오기에 바람이 바뀌기를 기다렸습니다. 얼마 후 서풍으로 바뀌었고 바람이 좋아 바로 이륙을 하였습니다. 이제 13회째 비행입니다. 팀장님의 콜을 받고 오른쪽 능선을 따라 비행하다가 다시 팀장님의 콜에 따라 왼쪽에 무게를 싣고 왼쪽 조종줄을 당겼다. 계기판에서도 상승 음이 간헐적으로 울고 있었다. 고도가 조금씩 높아 졌고, 팀장님은 계속 잡고 돌라고 하셨다. 어느덧 정광산보다 고도가 높아졌고 뒤쪽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패러를 탄 이후 산 너머 마을을 보기는 오늘이 두 번째 인 것 같다. 고도는 어느덧 600미터를 넘었고 상승기류를 타면서 바람의 영향으로 능선을 넘어 동쪽으로 많이 흘러가 있었다. 착륙 후 계기판 비행기록을 보았는데 최고 고도 684미터, 비행시간 약14분을 기록하고 이었다. 지금까지 기록 중 가장 높은 고도와 긴 비행 시간을 기록한 것 같다.
오후에는 구름이 끼이면서 바람이 너무 강하여 이륙을 못하고 바람이 약해 지기를 이륙장에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구름이 걷히고 구름 사이로 해가 보이더니 바람도 차츰 약해졌습니다. 기다리며 대기하던 사람들은 하나 둘 이륙을 시작하였고 저도 옆에 있는 실장님과 간단히 무전기 체크를 하고 실장님과 심고문님의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이륙을 하였습니다. 사실 오전비행에서 무전기 잡음으로 콜을 잘 못 받았다고 했더니 팀장님이 차 안에 있는 무전기를 바꿔 휴대하고 비행하라고 하셨었다.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 후 팀장님의 말을 어기고 그대로 이륙하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잡음은 좀 섞여 있었지만 간신히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무전기 잡음 소리에 묻혀 목소리를 점점 알아듣기 어려워 졌다. 생각해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밧데리가 다 소모되어 완전 방전상태로 가는 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팀장님도 콜을 바로 따라가지 못하는 저를 보면서 목소리가 커져가고 반복 콜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착륙장 근처 상공을 오니 바람이 역풍이니 학교 쪽 능선을 따라 역풍 착륙을 시도한다는 콜을 “역풍”, “학교”, ”능선”과 같은 주요 단어를 잡음 속에서 간신히 듣고 역풍착륙을 시도한다는 짐작을 하고 대충 방향을 잡아 능선을 따라 계속 내려갔다. 아무 얘기가 없는 것을 보니 예상이 맞는가 보다. 이제 무전기는 잡음 이외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학교 쪽 능선에서 무전이 안 들린 다고 팀장님께 크게 외쳐보았으나 고도가 높아 못들은 것 같았다. 그러면서 무전기의 스퀄치도 돌려보면서 잡음이 최소되는 점을 찾아보았다. 아마 반 시계 방향으로 최대를 돌린 것 같다. 단어 한자도 아닌 반자씩 간헐적으로 찾아 들으면서 예측 비행을 하였다. 공교롭게도 교신도 안 되는데 배 풍 착륙 시도는 처음 해보는 코스이다. 고도처리 영역의 좁은 공간으로 들어왔다. 잘못하면 장애물에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콜을 주시는 팀장님도 다급해졌다. 글라이더 아래로 달려와서 육성으로 소리를 지르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끝내 고도가 약간 높았지만 견제를 하면서 도로 쪽으로 길게 가면서 착륙하도록 유도하였다. 도로 쪽 지면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차렷 시점이 왔다. 바로 콜에 따라 차렸을 하였고 비록 쿵 하면서 엉덩이 착륙은 하였지만 무사하였다. 다행이다. 아마 팀장님도 10년은 감수했을 듯 하다. 초보자에게는 사소해 보이는 무전기 하나가 통신 두절이 되니, 완전 줄 끊어진 연처럼 위험 천만하다고 새삼 생각되었다. 앞으로는 꼭 이륙 전에 이륙장에서 거리가 먼 착륙장과 교신을 확인하고 이륙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