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골매 홈피를 여러 번 둘러보았지만 그동안 비행동영상만 보았지 다른 곳을 둘러보기는 오늘이 처음입니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비행일지를 둘러보게 되었고 강재호님의 실감 나는 비행일지를 보며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좋은 경험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적인 표현으로 그때의 심정을 잘 읽을 수 있었고, 이런 비행일지가 패러 입문자들에게는 간접적인 좋은 경험과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저도 초급반 졸업 날의 9회차 비행일지를 써봅니다.

  2012.5.19일(토) 초급반 졸업장 받는 날 입니다.

패러를 시작한 이후 토요일이지만 꾸무럭대지 않고 일찍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 기상을 보며 핸드펀 윈드그루싸이트에서 일기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오늘 날씨는 약한 바람에 서풍으로 비행하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활공장으로 차를 몰며 도로변 깃대의 깃발을 보니 역시 바람은 좋아 보였습니다. 오랜만에 비행할 수 있는 날씨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바람이 센지 약한지도 구분하지 못했으나 이제 깃발의 펄럭임을 보고 바람의 세기를 가름할 수 있는 감도 생겼습니다. 활공장에 도착해보니 날씨는 옅은 구름 낀 맑은 날, 바람은 서풍으로 약하게 불어옵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 착륙장에 모여 있었고 하늘에는 이미 글라이더가 떠있었습니다. 잠시 후 탬덤 비행으로 착륙하신 팀장님께 인사를 하고 이륙장으로 향하였습니다. 사실 오늘 이륙장으로 올라가면서 머릿속에는 많은 걱정이 있었습니다. 1달 가까운 비행공백이 있어 감을 잊은 것 같기도 했고 더욱이 4월11일(국회의원선거)비행시 착륙실패로 나무에 찢겨 수리한 후 첫 번째 비행이라, 글라이더의 수리한 부분은 문제가 없을지 신뢰 문제로 머릿속이 복잡하였습니다. 이륙장에 도착하면 초보자는 교관님이나 고급자님의 도움을 받아 선두에서 이륙을 하기 때문에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도 없습니다. 바로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평소에 그려왔던 자세와 동작순서를 머리에 새겨놓았지만 이곳에 서면 머릿속이 하야 집니다. 심고문님의 견제 후 지체 없이 달려 나가라는 지침, 내가 스스로 정해 놓은 글라이더가 올라오는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 글라이더 평형상태, 라이저를 놓는 타임을 직접 판단하며 이룩하겠다는 결심, 동영상을 보면서 나름대로 고치기로 했던 이륙자세를 더 낮춰야겠다는 결심 등이 머릿속에 새겨 있었습니다. 사실 입문자에게는 비행 후 자신의 비행동영상을 보면 자세교정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어찌됐든 하나, 둘, 셋의 구령에 맞춰 A라이저를 당기고 버티기를 넘어 텐션이 가벼워지면 라이저를 놓고 견제와 동시에 달려 나갔습니다. 어떨 결에 발이 땅에서 털어진 것 같고 이미 몸은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나무에는 나뭇잎이 다 나와 녹음으로 포근해 보였고 비행느낌도 예전과 다르게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초보 입문자에게는 요즘 날씨가 딱 좋아 보였습니다. 잠시 후 정광산 중턱에 이르렀을 때 팀장님의 콜을 따라 왼쪽에 무게를 싣고 왼쪽 조종 줄을 담겨 회전을 하였지만 예전과 다르게 밋밋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팀장님의 콜을 따라 착륙장 쪽으로 향하였고 갈지자 고도처리를 하였습니다. 높은 고도에서는 조종 줄의 예민함을 덜 느끼지만 지상에 가까워지고 나무에 가까워지면 조종 줄의 민감도가 갑자기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사실 30Km의 기체속도로 착륙장 근처의 좁은 공간에서 회전을 한다고 생각하면 당연한 사실이지만, 초보자들이 인식 못하는 부분이 바로 이점인 것 같습니다. 고고도에서는 지상과의 상대속도가 무뎌지고 지상에 가까워지면서 정상적인 상대속도를 느끼게 되는 이중성을 잘 판단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감을 잊었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여기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착륙장 가까이서 회전 처리시 당김 량, 당김 속도를 잊어버려 급 조작이 되었고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기체가 크게 흔들리며 반응하기 시작했고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삐뚤어진 진입방향을 잡기 위에 좌로 큰 스윙, 우로 큰 스윙 하는 동안 팀장님의 콜도 다급해졌습니다. 팀장님도 "그냥 견제하세요"하셨다. 견제를 하여 진행 속도를 줄였으나 짧은 시간에 글라이더를 안정시켜 착륙시키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착륙 타이밍에 조종 줄을 풀(full)로 당겼고 옆으로 꽈당하고 말았습니다. 구경하던 사람들 중 한 명이 달려와 괜찮냐고 물으신다. 정황이 없어 대답도 못하고 옷을 툭툭 털면서 일어나는 몸으로 대답했다. 속으론 많이 아팠다. 이후 오른쪽 허벅지 통증으로 잠잘 때 오른쪽으로 돌려 잠잘 수가 없다. 착륙시는 짧은 3,4초안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데 지금껏 불안했던 착륙경험으로 착륙장 근처만 오면 당황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오늘도 엉덩이 팔꿈치 또 까였습니다. 주위에서 이런 모습을 보면서 왜 그런 스포츠를 하느냐고 합니다. 그때마다 저는 "니가 이 맛을 알어!" 하며 오늘도 활공장을 향합니다. (이후 11.12회차 비행시는 Soft landing을 하였답니다)

  사실 비행의 참 맛을 정의하라면

놀이공원에서 함성 지르며 놀러코스트를 타는 쓰릴의 긴 연장과 창공을 나는 희열, 그리고 자유가 아닐까요?

"어떻게 이런 스포츠를 하게 됐느냐"고 요즘 자주 받는 질문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저는 확실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과연 나의 인생 목표는 무엇이고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내가 생각했던 즐겁고 보람된 인생이었는가? 지금껏 목표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았다. 내가 꼭 해보고 싶은 것,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해 실천을 해보자. 요즘은 일주일이 너무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