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흔 아홉 번째 비행 - Part 2(정말 '괴물'스런 비행 )

비행 Part 2 - 정말 '괴물'스런 비행
              
   혼자만 릿지 타고 노는 모습이 불쌍해 보이셨는지 저에게도 감격의 무전이..
   '용원 선배님 따라 이백님 비행하는곳으로 이동하세요~' 두눈 반짝반짝!
   (그 무전에 그만 감격하여 잘해보려는 의욕만땅! 자아상실! 용감무쌍! 괴물로 돌변..-.,-;;)

   잘한다구 싸부님이 떡 하나 더 주시는 것도 아닌데 칭찬을 듣겠다거나
   잘난척을 해 보려고 그런 오기를 부린건 아니구요.
   써멀 사냥 하시는 분들 무전하시는데 써멀있어도 회전안하고 그냥 지나친다고 어찌나
   구박을 하시는지 '난 정신 바짝차리고 바람 잘 느껴서 써멀 놓치지 말아야지 했읍죠!'
   정말 죽는 거 만큼 혼나는게 싫다니깐요~ㅋㅋㅋ

   용원선배님 뒤를 따라 목표물 정하고 진행하는데 '살짜쿵' 상승 바람 느껴집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써멀이었는지 릿지 바람이었는지 잘 구분도 안갑니다. 크억~)
   그래서 한바퀴 회전 들어가는데 어~ 상승도 느껴지지요... 다시 회전합니다.
   두번째 회전 마무리하고 다시 돌 때 쯤 불벼락 같은 싸부님 무전.
   용원선배님 따라 가랬는데 왜 골짜기에서 회전을 하냐고 불벼락 호통이 떨어집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아래가 골짜기였다는걸...-.,-;;
   (여기서 두 번째, 첫번째와 같은 문제 발생. 회전을 하면서 어딘지 확인조차 못했습니다.)
   두 번 회전에서 멈추면 그나마 더 나았을꺼라고 나중에 교관님이 말씀하셨지만
   이미 세번째 회전이 시작되었고 방향도 달라서 용원선배님을 따라가려면 회전을 마무리해야할 듯.
   세 번을 돌고 봤더니 허거덩~ 정광산 능선 뒤쪽으로 제가 한참 밀려와 있습니다.

   싸부님, 교관님, 얼른 앞쪽으로 나오라고 무전 주시는데
   바람이 센 골짜기에서 맞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나오려니 스피드바를 100% 밟았는데도
   거의 제자리 걸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순간에만 좀 겁이 났었습니다.)
   
   여기서 세 번째 크나큰 잘못 발생!
   계곡 바람을 정면으로 받으며 뚫고 나오려했으니 절대 앞으로 전진을 할 수 없었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과외선생님으로부터 게걸음 비행을 배웠는데 좀더 일찍 잘 알았더라면..)

   그렇게 점점 고도는 낮아지고 앞으로 전진은 거의 못하고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헬기장 뒷 능선 나무에 걸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륙장 방향으로 90도 회전.
   나무를 피해보자는 생각에서 회전을 했는데 살짝 상승이 됩니다.
   (순간 너무도 무식한 생각 발생. 여기 뒤에서 릿지 소아링을 해보면 안될까? 허걱~
    서풍이었는데 말입니다. 죽어야지요~)

착륙 - 정광산 뒷편으로 불시착.

       이제부터 김덕환 교관님과 가슴 졸이는 착륙 전쟁이 벌어집니다.
       왼쪽에 보이는 능선이 어쩌고, 오른쪽 능선이 어쩌고 여러번 말씀하셨는데
       사실 어느 능선이고 어떤 산을 말씀하시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 산이 다 그 산인데 말이지요.

       그 보다는 '혜진씨 다 보고 있으니까 걱정마세요! 하는 말씀이 더 힘이 됐답니다. 헤~^^
       대충 지난번에 이륙장에서 한 번 동풍으로 릿지하다가 산을 못넘으면 착륙하라고 일러주신
       착륙지점 확인합니다. 그리로 가라는 말씀이겠거니 여기고 방향잡습니다.

       그런데 참 그리로 가는 길이 멀고도 험하네요.
       피칭, 롤링, 요잉을 모두 경험한 듯, 거기에 '철퍼덕'하는 기체 접힘 현상까지....
       그래도 별루 긴장하지 않고 겁나지 않았던건 아침에 같이 오는길에 이백님께서 들려주신
       얘기가 정말 많이 도움이 됐답니다. 몇개만 요약을 하면...

       '기체는 절대 1/3이상이 접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두면 바로 자연 회복합니다.
        오히려 기체가 접힐 때 당황해서 하게되는 오조작과 과조작이 기체를 더 접히게 합니다.
        기체는 생각보다 더 안전합니다. 그러니 본인의 기체를 믿으세요!'
        그래서인지 '철퍼덕'소리가 여러번 나도 별 긴장을 안했답니다. 곧 펴지고 회복하리라~

       하지만 그 역시도 거의 착각에 불과했더라구요.
       과외 선생님 얘기에 의하면 바람이 고를 때나 기체회복력이 그렇다는 말이라네요.
       아래 그림처럼 바람이 요동을 치는 곳에서는 기체가 회복이 되기도 전에
       또 바람에 때려맞을 수도 있다는... 참 아찔했습니다.
       그날엔 몰랐으니 그 바람을 맞으며 뒷쪽에 가서 착륙하리라는 용감무쌍한 생각을 한 듯~


       어찌어찌 착륙지점 근처까지 왔습니다.
       산도 다 빠져나왔고 마을이고 평지라 바람이 좀 곱겠거니 했는데 그도 아닙니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전혀 순하고 고르지가 않습니다. 여전히 기체는 좌우상하로 요동을 치고..

       제가 생각한 곳보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훨씬 더 넓어서 그리고 가라는 말씀인지 무전들려오는데
       넘 멀어서 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어렴풋이 전기줄도 많이 보이고 해서
       그냥 지금 이 논을 한 번 더 확인합니다.
       바람의 방향도 확인하고, 장애물도 확인하고, 혹시 숨어있는 바위가 있는지?
       농작물을 심은 곳은 아닌지? 다 확인했습니다. 안전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맘 결정하고 고도처리.
   
       고도처리 하려고 회전 한바퀴 하면서 바람의 방향도 확실히 알아내고(나뭇가지 흔들림이 안보여서~)
       다리 빼고 안전하게 두 발로 사뿐 착륙했습니다.
       착륙 후 싸부님과 교관님께 무전드리고 휴~ 하고 한숨 쉬는데 구토 증세가 마구마구 몰려옵니다.
       얼마나 바람이 요동을 쳐서 기체를 들었다 놨다했는지 멀미가 장난아닙니다.
       아침을 먹었다면 분명 다 쏟아냈을거라는...
  
늘 이론이 없어 싸부님과 교관님께서 시키는 대로만 잘 듣고 비행했는데 어찌 그날엔 혼자 결정하고
회전을 했는지? (귀신에 씌었거나 괴물로 돌변했음이 분명합니다.)
싸부님과 교관님, 걱정으로 체중이 5kg이나 빠지셨다는데 맛난식사로 다시 원상복귀 해드리겠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 -)(_ _) 꾸벅!
은성선배님, 비행 포기하면서까지 급히 내려와서 데릴러 와주신 것도 넘넘 감사하구요~
함께했던 회원님들께 근심과 걱정으로 민폐를 끼쳐 정말 죄송합니다.

굳이 제가 맛본 바람이 궁금하시다면이야 어쩔 수 없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느끼실겁니다.
정말 장난 아니예요!
제가 이런 말씀드리기 염치없지만 싸부님과 교관님 말씀 잘 새겨들으면서 안전비행 합시다!!^^V